'禁치' 된 김치

입력 2022-10-25 18:02   수정 2022-11-02 19:11


“지난달엔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한 곳도 많았습니다. 김치를 만들수록 오히려 손해였거든요.”

경북 안동시에서 국산 김치 공장을 운영하는 배모씨(55)는 25일 전화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배씨는 “원래 가락시장(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5t을 400만원에 떼어 왔는데, 최근엔 2000만원을 들여야 했다”며 “김치 공장 운영이 정말 힘들다”고 했다.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김치 공장, 한식당 등 ‘김치로 먹고사는’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비용 상승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김치값까지 덩달아 올라 이마저도 부담이 커지는 형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농업·농촌경제 동향 2022년 여름’에 따르면 올해 봄배추 저장량은 2만5000t 내외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2.4%, 14.6% 감소했다. 여름 김치 수요를 책임지는 고랭지 배추도 줄었다.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인 농넷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배추 거래 물량은 9만4320.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7043.8t) 대비 3000t 가까이 줄었다. 10년 내 같은 기간 가장 물량이 많았던 2016년(20만4300.5t)에 비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배추가 귀해지면서 김치 가격이 폭등했다. 24일 농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17일 배추 도매가격(상품 기준)은 9639원으로 평년(6361원) 대비 50% 넘게 올랐다. 전년 동기(5446원) 대비로는 두 배 가까이 높다.

가을배추 물량이 풀려도 김치 가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씨는 “고추 마늘 소금 등 다른 김치 재료도 최고 50%까지 올랐다”며 “특히 소금은 ‘품귀’ 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김치 가격이 낮아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산 김치가 귀해지면서 중국산 김치를 찾는 손길도 늘어나고 있다. 10㎏ 포기김치 기준 국산 김치 가격(소매 가격)은 12만원 수준이지만 중국산은 2만원대로 훨씬 저렴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수입 금액은 지난달까지 1억2449만8000달러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면 중국산 김치 수입 금액은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도 가격이 올라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대림동에서 3년째 막창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5)는 “중국김치가 원래 10㎏당 1만2000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1만8000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식당들은 ‘김치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도 짜내고 있다. 김씨는 “원래는 김치를 ‘셀프’로 제공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이 가져가다 보니 최근엔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조금이라도 김치를 아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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